학습기록 - 상속보다는 컴포지션을 사용하라
상속은 코드를 재사용하는 강력한 수단이지만, 항상 최선은 아니다. 잘못 사용하면 오류를 내기 쉬운 소프트웨어를 만들게 된다. 상위 클래스와 하위 클래스를 모두 같은 프로그래머가 통제하는 패키지 안에서라면 상속도 안전한 방법이다. 확장할 목적으로 설계되었고 문서화도 잘 된 클래스도 마찬가지로 안전하다. 하지만 일반적인 구체 클래스를 패키지 경계를 넘어, 즉 다른 패키지의 구체 클래스를 상속하는 일은 위험하다. 상기하자면, '상속'은 (클래스가 다른 클래스를 확장하는) 구현 상속을 말한다. 이번에 논하는 문제는 (클래스가 인터페이스를 구현하거나 인터페이스가 다른 인터페이스를 확장하는) 인터페이스 상속과는 무관하다.
메서드 호출과 달리 상속은 캡슐화를 깨뜨린다. 다르게 말하면, 상위 클래스가 어떻게 구현되느냐에 따라 하위 클래스의 동작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 상위 클래스는 릴리스마다 내부 구현이 달라질 수 있으며, 그 여파로 코드 한 줄 건드리지 않은 하위 클래스가 오동작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러한 이유로 상위 클래스 설계자가 확장을 충분히 고려하고 문서화도 제대로 해두지 않으면 하위 클래스는 상위 클래스의 변화에 발맞춰 수정돼야만 한다.
구체적인 예를 보자. HashSet을 사용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성능을 높이려면 이 HashSet은 처음 생성된 이후 원소가 몇 개 더해졌는지 알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아래 코드와 같이 변형된 HashSet을 만들어 추가된 원소의 수를 저장하는 변수와 접근자 메서드를 추가했다. 그런 다음 HashSet에 원소를 추가하는 메서드인 add와 addAll을 재정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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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c class InstrumentedHashSet<E> extends HashSet<E>{
private int addCount = 0;
public InstrumentedHashSet(){}
public InstrumentedHashSet(int initCap, float loadFactor){
super(initCap, loadFactor);
}
@Override public boolean add(E e){
addCount++;
return super.add(e);
}
@Override public boolean addAll(Collection<? extends E> c){
addCount += c.size();
return super.addAll(c);
}
public int getAddCount(){
return addCount;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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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클래스는 잘 구현된 것처럼 보이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이 클래스의 인스턴스에 addAll 메서드로 원소 3개를 더했다고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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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trumentedHashSet<String> s = new InstrumentedHashSet<>();
s.addAll(List.of("틱","틱틱","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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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getAddCount 메서드를 호출하면 3을 반환할 것이라 기대하겠지만, 실제로는 6을 반환한다. 그 원인은 HashSet의 addAll 메서드가 add메서드를 사용해 구현된 데 있다. 이런 내부 구현 방식은 HashSet 문서에는 쓰여 있지 않다. InstrumentedHashSet의 addAll은 addCount에 3을 더한 후 HashSet의 addAll 구현을 호출했다. HashSet의 addAll은 각 원소를 add 메서드를 호출해 추가하는데, 이때 불리는 add는 InstrumentedHashSet에서 재정의한 메서드다. 따라서 addCount에 값이 중복해서 더해져, 최종값이 6으로 늘어난 것이다.
이 경우 하위 클래스에서 addAll 메서드를 재정의하지 않으면 문제를 고칠 수 있다. 하지만 당장은 제대로 동작할지 모르나, HashSet의 addAll이 add메서드를 이용해 구현했음을 가정한 해법이라는 한계를 지닌다. 이처럼 자신의 다른 부분을 사용하는 '자기 사용(self-use)' 여부는 해당 클래스의 내부 구현 방식에 해당하며, 자바 플랫폼 전반적인 정책인지, 그래서 다음 릴리스에서도 유지될지는 알 수 없다. 따라서 이런 가정에 기댄 InstrumentedHashSet도 깨지기 쉽다.
addAll 메서드를 다른 식으로 재정의할 수도 있다. 예컨대 주어진 컬렉션을 순회하며 원소 하나당 add 메서드를 한 번만 호출하는 것이다. 이 방식은 HashSet이 addAll을 더 이상 호출하지 않으니 addAll이 add를 사용하는지와 상관없이 결과가 옳다는 점에서 조금은 나은 해법이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는 남는다. 상위 클래스의 메서드 동작을 다시 구현하는 이 방식은 어렵고, 시간도 더 들고, 자칫 오류를 내거나 성능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 또한 하위 클래스에서는 접근할 수 없는 private 필드를 써야 하는 상황이라면 이 방식으로는 구현 자체가 불가능하다.
하위 클래스가 깨지기 쉬운 이유는 더 있다. 다음 릴리스에서 상위 클래스에 새로운 메서드를 추가한다면 어떨까? 보안 때문에 컬렉션에 추가된 모든 원소가 특정 조건을 만족해야만 하는 프로그램을 생각해 보자. 그 컬렉션을 상속하여 원소를 추가하는 모든 메서드를 재정의해 필요한 조건을 먼저 검사하게끔 하면 될 것 같다. 하지만 이 방식이 통하는 것은 상위 클래스에 또 다른 원소 추가 메서드가 만들어지기 전까지다. 다음 릴리스에서 우려한 일이 생기면, 하위 클래스에서 재정의하지 못한 그 새로운 메서드를 사용해 '허용되지 않은' 원소를 추가할 수 있게 된다. 실제로도 컬렉션 프레임워크 이전부터 존재하던 Hashtable과 Vector를 컬렉션 프레임워크에 포함시키자 이와 관련한 보안 구멍들을 수정해야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상의 두 문제 모두 메서드 재정의가 원인이었다. 따라서 클래스를 확장하더라도 메서드를 재정의하는 대신 새로운 메서드를 추가하면 괜찮으리라 생각할 수도 있다. 이 방식이 훨씬 안전한 것은 맞지만, 위험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다음 릴리스에서 상위 클래스에 새 메서드가 추가 됐는데, 운 없게도 하필 여러분이 하위 클래스에 추가한 메서드와 시그니처가 같고 반환 타입은 다르다면 여러분의 클래스는 컴파일조차 되지 않는다. 혹, 반환 타입마저 같다면 상위 클래스의 새 메서드를 재정의한 꼴이니 앞서의 문자와 똑같은 상황에 부닥친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여러분이 이 메서드를 작성할 때는 상위 클래스의 메서드는 존재하지도 않았으니, 여러분이 만든 메서드는 상위 클래스의 메서드가 요구하는 규약을 만족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다행히 이상의 문제를 모두 피해 가는 묘안이 있다. 기존 클래스를 확장하는 대신, 새로운 클래스를 만들고 private 필드로 기존 클래스의 인스턴스를 참조하게 하자. 이 방식은 전달(forwarding)이라 하며, 새 클래스의 메서드들을 전달 메서드(forwarding method)라고 부른다. 그 결과 새로운 클래스는 기존 클래스의 내부 구현 방식의 영향에서 벗어나며, 심지어 기존 클래스에 새로운 메서드가 추가되더라도 전혀 영향받지 않는다. 아래의 새로운 예시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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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c class InstrumentedHashSet<E> extends ForwardingSet<E>{
private int addCount = 0;
public InstrumentedHashSet(Set<E> e){super(s);}
@Override public boolean add(E e){
addCount++;
return super.add(e);
}
@Override public boolean addAll(Collection<? extends E> c){
addCount += c.size();
return super.addAll(c);
}
public int getAddCount(){
return addCount;
}
}
InstrumentedHashSet<String> s = new InstrumentedHashSet<>();
s.addAll(List.of("틱","틱틱","펑"));
public class ForwardingSet<E> implements Set<E>{
private final Set<E> s;
public ForwardingSet(Set<E> s) { this.s = s; }
public void clear(){s.clear();}
public boolean contains(Object o){return s.contains(o);}
public boolean isEmpty(){return s.isEmpty();}
public int size() {return s.size();}
public Iterator<E> iterator() {return s.iterator();}
public boolean add(E e) {return s.add(e);}
public boolean remove(Object o){return s.remove(o);}
public boolean containsAll(Collection<?> c){ return s.containsAll(c);}
public boolean addAll(Collection<? extends E> c){ return s.addAll(c);}
public boolean removeAll(Coolection<?> c){ return s.removeAll(c);}
public boolean retainAll(Collection<?> c) { return s.retainAll(c);}
public Object[] toArray() {return s.toArray();}
public <T> T[] toArray(T[] a) {return s.toArray(a);}
@Override public boolean equals(Object o) { return s.equals(o);}
@Override public int hashCode() {return s.hashCode();}
@Override public String toString() { return s.toStri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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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trumentedSet은 HashSet의 모든 기능을 정의한 Set 인터페이스를 활용해 설계되어 견고하고 아주 유연하다. 구체적으로는 Set 인터페이스를 구현했고, Set의 인스턴스를 인수로 받는 생성자를 하나 제공한다. 임의의 Set에 계측 기능을 덧씌워 새로운 Set으로 만드는 것이 이 클래스의 핵심이다. 상속 방식은 구체 클래스 각각을 따로 확장해야 하며, 지원하고 싶은 상위 클래스의 생성자 각각에 대응하는 생성자를 별도로 정의해줘야 한다. 하지만 지금 선보인 컴포지션 방식은 한 번만 구현해 두면 어떠한 Set 구현체라도 계측할 수 있으며, 기존 생성자들과도 함께 사용될 수 있다.
다른 Set 인스턴스를 감싸고(wrap)있다는 뜻에서 InstrumentedSet 같은 클래스를 래퍼 클래스라 하며, 다른 Set에 계측 기능을 덧씌운다는 뜻에서 데코레이터 패턴(Decorator pattern)이라고 한다. 컴포지션과 전달의 조합은 넓은 의미로 위임(delegation)이라고 부른다. 단, 엄밀히 따지면 래퍼 객체가 내부 객체에 자기 자신의 참조를 넘기는 경우만 위임에 해당한다.
래퍼 클래스는 단점이 거의 없다. 한 가지, 래퍼 클래스가 콜백 프레임워크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만 주의하면 된다. 콜백 프레임워크에서는 자기 자신의 참조를 다른 객체에 넘겨서 다음 호출(콜백) 때 사용하도록 한다. 내부 객체는 자신을 감싸고 있는 래퍼의 존재를 모르니 대신 자신(this)의 참조를 넘기고, 콜백 때는 래퍼가 아닌 내부 객체를 호출하게 된다. 이를 SELF 문제라고 한다. 전달 메서드가 성능에 주는 영향이나 래퍼 객체가 메모리 사용량에 주는 영향을 걱정하는 사람도 있지만, 실전에서는 둘 다 별다른 영향이 없다고 밝혀졌다. 전달 메서드들을 작성하는 게 지루하겠지만, 재사용할 수 있는 전달 클래스를 인터페이스당 하나씩만 만들어두면 원하는 기능을 덧씌우는 전달 클래스들을 아주 손쉽게 구현할 수 있다.
상속은 반드시 하위 클래스가 상위 클래스의 '진짜' 하위 타입인 상황에서만 쓰여야 한다. 다르게 말하면, 클래스 B가 클래스 A와 is-a 관계일 때만 클래스 A를 상속해야 한다. 클래스 A를 상속하는 클래스 B를 작성하려 한다면 "B가 정말 A인가?라고 자문해보자. "그렇다"고 확신할 수 없다면 B는 A를 상속해서는 안 된다. 대답이 "아니다" 라면 A를 private 인스턴스로 두고, A와는 다른 API를 제공해야 하는 상황이 대다수다. 즉, A는 B의 필수 구성요소가 아니라 구현하는 방법 중 하나일 뿐이다.
컴포지션 대신 상속을 사용하기로 결정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자문해야 할 질문을 소개한다. 확장하려는 클래스의 API에 아무런 결함이 없는가? 결함이 있다면, 이 결함이 여러분 클래스의 API까지 전파돼도 괜찮은가? 컴포지션으로는 이런 결함을 숨기는 새로운 API를 설계할 수 있지만, 상속은 상위 클래스의 API를 '그 결함까지도' 그대로 승계한다.
핵심 정리
"상속은 강력하지만 캡슐화를 해친다는 문제가 있다. 상속은 상위 클래스와 하위 클래스가 순수한 is-a 관계일 때만 써야 한다. is-a 관계일 때도 안심할 수만은 없는 게, 하위 클래스의 패키지가 상위 클래스와 다르고, 상위 클래스가 확장을 고려해 설계 되지 않았다면 여전히 문제가 될 수 있다. 상속의 취약점을 피하려면 상속 대신 컴포지션과 전달을 사용하자. 특히 래퍼 클래스로 구현할 적당한 인터페이스가 있다면 더욱 그렇다. 래퍼 클래스는 하위 클래스보다 견고하고 강력하다."